봄 여행하면 으레 벚꽃을 떠올리기 쉽지만, 사실 우리나라에는 벚꽃 외에도 수많은 꽃들이 자신만의 색으로 봄을 물들이고 있습니다. 넓게 펼쳐진 꽃밭, 다양한 테마의 축제, 그리고 그 속에서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
이번 봄엔 조금 더 특별한 꽃 구경을 원한다면, 벚꽃을 잠시 제쳐두고 튤립, 유채꽃, 나비와 들꽃이 어우러진 전국의 꽃 명소를 소개해 드립니다.
수도권 근교 - 도시를 벗어나 만나는 꽃의 들판
● 구리 한강 유채꽃 축제 – 한강 따라 흐르는 노란 물결
서울에서 차로 30분이면 닿는 구리 한강시민공원은 수도권 최고의 유채꽃 군락지로 유명합니다. 해마다 5월 초에 열리는 유채꽃 축제는 한강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황금빛 꽃밭이 장관을 이루죠.
수천 평의 넓은 유채꽃밭은 어디서 사진을 찍어도 인생샷이 나오는 장소로 SNS 감성 여행지로도 인기가 높습니다. 가족, 연인, 반려견과 함께 여유롭게 산책하기 좋고, 축제 기간엔 플리마켓과 간이 먹거리 부스도 운영돼 소소한 즐거움까지 더해줍니다.
포인트 팁: 아침 시간대는 인파가 덜해 꽃밭을 독차지한 듯한 사진을 찍을 수 있어요!
●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 튤립밭 – 북녘을 마주한 꽃정원
파주의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은 역사적 상징성과 자연이 함께하는 공간인데, 봄이면 색색의 튤립이 잔디 언덕을 수놓습니다. 평화의 상징처럼 피어나는 튤립들은 붉은색, 노란색, 보라색 등 컬러별로 정렬된 디자인이 인상적입니다.
DMZ 근처라는 특수한 위치 덕분에 ‘가장 평화로운 꽃 구경지’라는 별명도 갖고 있어요. 넓은 잔디밭과 어우러져 도심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 속에서 사색하거나 아이들과 자유롭게 뛰놀기 좋은 여행지입니다.
호남권 - 꽃과 생명의 축제
● 전남 함평 나비대축제 – 꽃과 곤충의 살아있는 교과서
함평의 봄은 단순히 ‘예쁜’ 것이 아니라 생명이 살아 숨 쉬는 공간입니다. 매년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열리는 나비대축제는 광활한 꽃밭을 배경으로 수천 마리의 나비가 날아다니는 생태 체험형 축제예요.
튤립, 팬지, 유채꽃, 데이지 등 봄을 대표하는 꽃들이 테마별로 조성돼 있고, 나비 관찰장, 나비 날리기 체험, 곤충 전시관 등 아이들에게는 자연을 배우는 놀이터가 되어줍니다.
꽃밭 곳곳에 조형물이 설치돼 있어 사진 찍기 좋고, 가족 단위 방문객이 특히 많습니다. 축제는 지역 특산물 판매장과 전통시장과도 연계되어 하루 종일 먹고 보고 즐길 수 있는 종합형 축제로 구성돼 있어요.
● 고창 청보리밭축제 – 보리 사이로 피어난 야생화의 향연
고창 학원농장은 5월이면 푸른 청보리 물결과 함께 자생 야생화가 피어나는 특별한 자연 공간입니다. 넓은 언덕 위로 펼쳐진 청보리밭은 바람에 따라 출렁이는 그 자체로도 예술인데, 그 사이에 피어난 하얀 들꽃, 붉은 양귀비꽃, 노란 민들레가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선사합니다.
인위적인 조형물보다 자연과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경치가 매력적이며, 언덕 꼭대기 전망대에 오르면 고창 들판과 서해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탁 트인 전경이 펼쳐져요.
특히 사진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청보리+야생화+하늘’ 삼합이 환상적이라 인생샷 명소로 꼽히는 곳입니다.
영동권 & 남해안 – 색감 가득한 꽃의 파노라마
● 태안 세계튤립축제 – 색의 정원이 열리는 곳
충남 태안 안면도에서 열리는 세계튤립축제는 매년 테마가 바뀌며, 튤립을 중심으로 다양한 구근식물들의 향연을 볼 수 있는 국내 최대 튤립 행사입니다.
튤립밭이 단순히 넓기만 한 것이 아니라, 예술적인 패턴과 캐릭터 조형물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처럼 정원화된 것이 특징이에요. 수백 가지 색상의 튤립이 테마별로 구분되어 있어 마치 꽃의 미로를 걷는 느낌이 들죠.
축제는 주간뿐 아니라 야간에도 화려한 조명과 함께하는 ‘빛의 정원’이 펼쳐져, 낮과 밤을 다르게 즐길 수 있어 이틀 일정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습니다.
● 거제 저구항 수국길 – 바다와 맞닿은 수국 터널
수국은 보통 여름 꽃으로 알려져 있지만, 경남 거제 저구항 일대에서는 5월 말부터 수국이 피기 시작합니다. 저구항에서 해금강으로 향하는 길목은 ‘수국 벨트’라 불릴 만큼 다양한 품종의 수국이 바닷길을 따라 이어져요.
하늘, 바다, 수국이 어우러진 그 풍경은 말 그대로 환상적입니다. 특히 흰색, 보라색, 파란색 등 그라데이션이 살아 있는 수국은 한 장의 수채화 같아요.
도보 산책 코스로도, 드라이브 코스로도 모두 적합하며, 꽃과 바다를 함께 보고 싶은 여행자들에게 완벽한 조합입니다.
봄은 벚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벚꽃은 봄의 상징이긴 하지만, 우리의 계절은 훨씬 더 다채로운 색으로 피어납니다. 유채꽃의 노란 바다, 튤립의 형형색색 정원, 생명이 느껴지는 들꽃과 나비까지…
사진으로만 보기엔 아까운, 직접 걸어야 비로소 느껴지는 향기와 색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벚꽃을 놓쳤다고 아쉬워하지 말고, 지금 이 순간 피어나는 또 다른 봄의 주인공들을 만나러 떠나보세요